죽은 돼지의 장기 기능 일부 회복… 연구자들도 놀라
네이처 소식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2-02112-0
죽은 돼지의 장기 기능 일부 회복… 연구자들도 놀라
연구자들은 돼지가 죽은 지 한 시간 뒤, 심장과 뇌를 비롯한 주요 장기에서 혈액순환과 세포 활동을 회복시켰다1. 이 연구는 혈액순환과 산소 공급이 멈추면서 발생하는 심장사가 되돌릴 수 없는 상태라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며, 죽음의 정의를 둘러싼 윤리적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연구는 같은 연구진이 2019년에 수행한 실험2의 후속 연구다. 당시 연구진은 돼지가 죽은 지 네 시간 뒤 몸에서 분리한 돼지의 뇌 기능을 되살려 뇌사가 최종적인 상태라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에 있는 듀크대학교의 신경윤리학자 니타 파라하니는 이번 실험이 “놀랍다”고 말한다. 아직 초기 단계의 연구이지만, 인간의 신체에 한계가 있다고 여겨지는 일부 영역도 시간이 지나면 극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한다.
8월 3일 네이처에 발표된 이번 연구1에서 연구자들은 죽은 지 한 시간이 지난 돼지를 OrganEx라는 시스템에 연결했다. 이 시스템은 돼지의 몸 전체에 혈액 대체 용액을 공급했다. 돼지의 혈액과 항응고제 등을 포함한 13가지 화합물로 구성된 이 용액은 사체의 분해를 늦추고, 심장 수축과 간·신장의 활동 같은 일부 장기 기능을 빠르게 회복시켰다. OrganEx는 일부 뇌 조직의 온전한 구조를 보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지만, 연구자들은 돼지가 의식이나 감각 능력을 되찾았음을 나타내는 통합적인 뇌 활동은 관찰하지 못했다.
2019년 논문과 마찬가지로, 이번 연구도 죽음의 정의와 사후 장기 기증의 윤리에 관한 논쟁을 다시 활성화할 가능성이 크다. 저자들은 특히 뇌의 전기적 활동이 없는 상황에서, 이 결과를 돼지가 죽은 뒤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살아났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있는 예일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이자 연구팀 구성원인 즈보니미르 브르셀랴는 돼지가 죽어 있던 상태에서 “원래는 할 수 없었던 일을 세포가 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것이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시작된 혈액순환
예일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이자 연구팀 구성원인 네나드 셰스탄은 2019년 돼지 뇌 연구를 바탕으로 이번 실험도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다. 뇌는 산소 부족에 가장 취약한 장기이기 때문이다. 그는 “죽은 돼지의 뇌에서 일부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다면, 다른 장기에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셰스탄과 공동 저자들은 이전 연구에서 사용한 BrainEx 용액과 기술을 수정했다. 브르셀랴는 “BrainEx는 특정 장기에 맞춰 설계되었지만, OrganEx에서는 모든 장기에 작용하는 공통 요소를 찾아야 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연구진이 OrganEx 용액에 혈액 응고와 면역계의 작용을 억제하는 화합물을 넣었다고 설명한다. 면역계는 뇌보다 몸의 다른 부위에서 더 활발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셰스탄 연구팀은 지역 농장의 사육자로부터 돼지를 확보한 뒤 사흘 동안 상태를 관찰했다. 이후 진정제를 투여하고 인공호흡기에 연결한 다음, 심장에 전기 충격을 가해 심정지를 유도했다. 맥박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는 인공호흡기를 분리했다. 돼지가 죽은 지 한 시간이 지난 뒤 연구팀은 인공호흡기와 마취를 다시 시작했다. 일부 돼지는 OrganEx 시스템에 연결했고, 다른 돼지들은 아무 처치도 받지 않거나 체외막산소화장치 (ECMO)에 연결되었다. ECMO는 일부 병원에서 몸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장치다.
여섯 시간이 지난 뒤, 연구자들은 OrganEx 용액을 공급받은 돼지에서 ECMO 처치를 받거나 아무 처치도 받지 않은 돼지보다 혈액순환이 훨씬 효과적으로 다시 시작되었음을 확인했다. OrganEx 처치를 받은 돼지들의 몸 전체 조직에 산소가 흐르기 시작했고, 심장 검사에서는 일부 전기적 활동과 수축이 감지되었다. 그러나 심장이 완전히 다시 뛰기 시작한 것은 아니며, 이 돼지들의 심장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연구팀 구성원이자 예일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인 다비드 안드리예비치는 말한다.
연구자들은 OrganEx 처치를 받은 돼지의 간이 다른 집단에 속한 돼지의 간보다 알부민이라는 단백질을 훨씬 많이 만들어 낸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또한 OrganEx 처치를 받은 돼지의 주요 장기 각각에 있는 세포들은 다른 집단의 돼지들보다 포도당에 훨씬 강하게 반응했다. 이는 해당 처치가 신진대사를 다시 활성화했음을 시사한다.
브르셀랴는 사망 후 분해가 얼마나 빠르게 시작되는지를 고려하면 이번 결과는 놀랍다고 말한다. 심장이 멈춘 뒤 몇 분만 지나도 몸에는 산소가 부족해지고, 효소가 세포막을 분해하기 시작하면서 장기는 구조적 온전성을 빠르게 잃는다.
연구자들은 ECMO 처치군이나 무처치군과 비교했을 때, OrganEx 처치군의 모든 주요 장기에서 세포 기능과 복구를 담당하는 유전자들이 더 많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비자발적 움직임
흥미롭게도, 처치 후 돼지의 뇌를 영상으로 확인하기 위해 조영제를 주입하자 OrganEx 처치를 받은 돼지들만 머리, 목, 몸통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갑작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이 움직임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으며, 전기적 활동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그 신호가 뇌에서 시작되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이들은 뇌와 독립적으로 일부 운동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척수에서 움직임이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파라하니는 세포 회복에 관한 이번 결과가 동물에서 재현되고 궁극적으로 인간에서도 재현된다면, 인간의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심폐소생술(CPR)과 인공호흡기의 등장에 견줄 만큼 “심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기술이 언젠가는 공급이 부족한 이식용 장기를 보존하는 데 사용되거나, 나아가 소생에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ECMO는 사망한 일부 사람들의 장기를 기증을 위해 보존하거나, 심장마비를 겪은 사람을 소생시키려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맥길대학교 헬스센터의 중환자의학 전문의 샘 셰미는 이런 목적을 달성하려면 일반적으로 심장마비나 사망 직후 ECMO를 시작해야 하며, 손상의 심각성에 따라 성공률이 낮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영국 에든버러 왕립병원의 이식외과 전문의 가브리엘 오니스쿠는 OrganEx와 ECMO 처치를 받은 돼지들의 장기 상태에 차이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이식용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장기의 수를 크게 늘릴” 잠재력을 가진 “획기적인” 연구라고 말한다.
셰미는 그러한 활용이 가능해지기 전에, 회복된 장기가 실제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추가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윤리적 과제
파라하니는 이러한 잠재적 영향과 함께 윤리적 과제도 생긴다고 말한다. 특히 이 기술이 언젠가 사망 후의 뇌 활동을 회복시킬 수 있게 된다면 더욱 그렇다.
연구자들은 돼지의 뇌에서 전기적 활동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가 주입한 용액의 온도가 정상 체온보다 낮은 28°C였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는 용액에 포함된 마취 성분과 신경 활동 차단제가 그러한 신호를 억제했을 가능성도 있다. 파라하니는 연구자들이 실험 중 관찰한 목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특히 고려할 때, 후속 연구에서 뇌 활동이 조금이라도 회복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뉴욕대학교의 생명윤리학자 아서 캐플런은 이번 연구가 죽음은 한순간의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사람의 사망을 선언하는 일관된 기준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는 의학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죽음의 법적 정의도 계속 변화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사람들은 뇌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심장사가 언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많지 않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이 논문은 그 문제를 중요한 방식으로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네이처 608, 247–248 (2022)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2-02112-0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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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ijevic, D. 외. 네이처 https://doi.org/10.1038/s41586-022-05016-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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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selja, Z. 외. 네이처 568, 336–343 (20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