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기술과 크라이오닉스: 입문
분자 수준의 정밀한 복구와 저온보존의 가능성크라이오닉스를 처음 접한 사람은 물론,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도 크라이오닉스와 나노기술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관련 지식은 없지만 이해력이 있는 일반 독자에게는 충분히 쉽게 설명하면서도, 더 전문적인 독자에게는 우리가 단순히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납득시키기 시작할 만큼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핵심 개념을 풀어 보겠다.
나노기술의 의미
접두사 ‘나노(nano-)’는 ‘10억분의 1’을 뜻한다. 1나노미터는 1미터의 10억분의 1로, 대략 수소 원자 지름의 몇 배 정도다. 따라서 나노기술은 일차적으로 원자와 분자 규모에서 다루는 기술을 뜻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설명이 막연하고, 꼭 새로운 기술이라고도 할 수 없다. 화학자들은 수 세기 동안 원자와 분자를 다루고, 원자를 결합하거나 분리하고, 분자를 바꾸려고 시도해 왔다. 그 과정에서 놀랄 만한 성공을 거둔 경우도 많다.
다만 화학자들은 그런 작업을 대량으로 수행한다. 반면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은 1950년대에 원자와 분자를 하나씩 다루는 방식을 구상했다. 필요에 따라 각각을 변형하거나 이동시켜, 적어도 고체 구조물에서는 궁극적인 정밀도로 제작과 수리 작업을 수행한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액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다. 사실 이것도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우리 몸이 늘 비슷한 일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효소 분자는 자신에게 전체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으면서 다른 분자를 하나씩 바꾸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다시 말해 효소 분자는 분자를 ‘톱으로 자르듯’ 분리하거나 ‘못으로 박듯’ 결합하는 데 쓰이는 도구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나노기술’을 ‘분자공학’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그 표현이 개념을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이 새로운 분야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모두 담아내지는 못한다. 1980년대에는 K. 에릭 드렉슬러가 훨씬 넓고 높은 비전을 제시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그의 전망에는 ‘조립기(assembler)’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나노 규모의 장치 또는 그러한 장치들의 집합으로, 주변 환경에서 재료를 가져와 무언가를 ‘성장’시키는 생물학적 방식과 대체로 비슷하게 물건을 만들 수 있다. 조립기는 자기 자신도 조립할 수 있다. 즉, 작업에 필요한 만큼 스스로 복제하여 개수를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적절한 기계만 있다면 공기나 물, 흙으로 거의 무엇이든 만들 수 있으며, 그 비용도 매우 낮을 것처럼 보인다.
이 개념을 한 걸음 더 밀고 나가면, 작은 조립기는 역시 작은 컴퓨터의 지시를 받게 될 것이다. 그 컴퓨터는 저마다 전문화된 정도와 학습 능력이 다를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합치면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까?
이미 30여 년 전인 1966년에 라켈 웰치가 출연한 영화 《환상 여행》이 그런 모습을 보여 주었다. 미세한 크기로 줄어든 외과의사들을 태운 초소형 잠수함을 환자의 혈관계에 주입하는 이야기다. 우스꽝스러운가? ‘의사를 작게 줄였어요’라는 식의 이야기라면 그렇다. 하지만 혈류 속을 헤엄치고 조직 사이를 파고드는 미세한 로봇 의사를 말한다면 우스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쉬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거나 회복하는 일을 할 수 있다. 동맥의 플라크를 제거하고, 바이러스와 세균을 죽여 없애고, 손상된 DNA 구간을 정상적인 구간으로 교체하며, 실제로 병들거나 손상되거나 사라진 세포와 조직, 나아가 장기 전체까지 수리하거나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나노 지팡이’를 휘둘러 노화와 동결 손상을 포함한 모든 질환, 질병, 외상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사람은 원자와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젊음과 건강을 되찾으려면 잘못된 분자를 올바른 분자로 바꾸고, 그것을 올바른 위치에 놓으면 된다. 간단하지 않은가?
나노기술의 추진력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너무 좋아서 사실 같지 않은가?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일부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떤 개념을 제시하는 것과 그 타당성을 입증하는 것은 다르다. 원리상 타당한 개념이라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지는 보여 주어야 한다. 다행히 이론과 실무 양쪽에서 비교적 빠른 진전이 이루어졌다.
드렉슬러의 《창조의 엔진》이 출간된 1986년, IBM의 물리학자 두 명이 주사 터널링 현미경(STM)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이 현미경은 개별 원자를 ‘보고’, 심지어 움직일 수도 있는 여러 장치 가운데 첫 번째였다. 연구개발 프로그램은 예일, 프린스턴, MIT, 칼텍, 듀크, 라이스, 럿거스, 퍼듀뿐 아니라 시카고, 글래스고, 함부르크, 로잔, 텍사스, 도쿄, 토론토, 워싱턴의 대학과 수십 곳의 다른 대학에서 진행 중이거나 계획되어 있다. 기업으로는 IBM, 제록스, AT&T, 다우케미컬, 엑손, 히타치, 허니웰, 맥도널 더글러스, 머크, 자이벡스가 참여한다. 미국의 에임스, 로스앨러모스, 로런스 리버모어를 비롯한 국립연구소에서도 연구하고 있으며, 미국 육군과 공군, NASA, 국립과학재단, 국립보건원, 상무부와 에너지부 같은 국가 기관이나 부처도 관련되어 있다.
진행 상황에 관한 시의적절한 소식은 드렉슬러 박사가 이사장인 포사이트 연구소의 간행물 《Foresight Update》 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 웹사이트의 링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목차를 참조하면 된다.
크라이오닉스 관계자 가운데 일부는 나노기술의 가능성을, 현재와 미래의 환자가 매우 심하게 손상되더라도 언젠가 되살리고 수리하며 젊게 만들 수 있으리라는 증거로 든다. 확증은 아니지만 증거라는 뜻이다. 반면 다른 이들은 ‘나노기술’을 주문처럼 되풀이하거나 현재의 동결 방법에 안주하는 구실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두 입장 모두 옳다. 미래에 떠넘기는 부담을 가능한 한 줄여야 하며, 우리가 배우거나 고안하고 실제로 시행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환자를 동결해야 한다는 회의론자들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든 더 조잡한 방법으로 동결된 환자에게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물론 그 기회가 막연한 희망에 그치지 않고 의미 있는 가능성으로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
이 짧은 글에서 내가 하려는 일은 그 가능성이 실제로 무시할 만큼 작지 않다는 증거를 조금이나마 보여 주는 것이다.
나노기술 이론에서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랠프 머클이다. 그는 크라이오닉스와 관련된 나노기술을 소개하는 여러 강연에서 대략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의학에서 새로운 시술은 보통 동물실험을 거쳐 마지막에는 인간 대상 임상시험에 이르는 여러 단계를 밟는다. 임상시험 결과가 충분히 좋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그 시술의 일상적인 사용을 승인할 수도 있다.
환자는 두 집단으로 나뉜다. 연구 중인 치료를 받지 않는 대조군과 치료를 받는 실험군이다. 크라이오닉스의 경우, 대조군은 매장되거나 화장되고 실험군은 동결된다.
실험군의 결과는 오랫동안 확실히 알 수 없겠지만, 매장되거나 화장된 대조군의 결과는 상당히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느 집단에 속하고 싶은가?
숫자, 숫자, 숫자
드렉슬러와 머클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크라이오닉스와 관련된 나노기술의 여러 측면, 특히 동결 손상의 복구에 관해 자세히 저술했다. 그중 많은 자료를 우리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여기서는 그 세부 사항을 조금 보여 주려 한다. 연구가 아직 매우 초기 단계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실을 정면으로 다루고 어려운 질문에 확실한 답을 내놓으려 애쓰고 있다는 점을 회의론자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다. 과학자와 공학자는 질적인 주장보다 숫자에 더 깊은 인상을 받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머클 박사와 드렉슬러 박사의 저술에서 골라 편집하고 줄여 풀어 쓴 숫자들을 소개한다. 참고문헌은 생략했지만 우리 웹사이트나 연결된 링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뇌의 개요
뇌의 부피는 1,350세제곱센티미터로 약 1.5쿼트이고, 무게는 1,400그램을 조금 넘어 약 3파운드다. 무게의 거의 80%가 물이다. 평균적인 뇌에는 단백질이 100그램을 조금 넘게, 지질이 약 175그램, 그리고 ‘그 밖의 물질’이 약 30~40그램 들어 있다.
분자는 얼마나 많은가
‘평균적인’ 단백질 분자의 분자량은 약 50,000 amu다. amu는 원자 질량 단위이며, 1 amu는 수소 원자 또는 양성자나 중성자 하나의 질량과 대략 같다. ‘평균적인’ 단백질 1몰의 질량은 정의에 따라 50,000그램이다. 따라서 뇌에 들어 있는 단백질 100그램은 100 ÷ 50,000, 즉 0.002몰이다. 1몰은 6.02 × 1023개의 분자이므로, 0.002몰은 1.2 × 1021개의 분자다.
뇌에 들어 있는 지질 분자는 약 175 ÷ 500 × 6.02 × 1023개, 즉 약 2 × 1023개다.
물의 분자량은 18이므로 뇌에는 대략 1,400 × 0.8 ÷ 18 × 6.02 × 1023개, 즉 약 4 × 1025개의 물 분자 또는 동결보호제 분자가 있게 된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가
수리 장치가 많을수록 복구는 빨라진다. 분자가 많을수록, 그리고 분자 하나를 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복구는 느려진다.
리보솜이 아미노산 400개로 이루어진 단백질 분자 하나를 만드는 데 약 10초가 걸린다. 아미노산 하나를 추가하는 데 약 25밀리초가 걸리는 셈이다. DNA 중합효소 III는 복제 중인 DNA 가닥에 염기 하나를 약 7밀리초 만에 추가할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합성은 용액 속에서 일어나며, 필요한 성분이 반응 지점까지 확산하는 동안 상당한 지연이 발생한다. 조립기가 지시하는 반응은 현재의 생물학적 체계보다 빠를 가능성이 있다. 조립기의 팔은 약 1마이크로초에 한 번 완전히 움직여 하나의 화학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보수적으로 이미 생물학적 체계에서 입증된 합성 속도, 그중에서도 더 느린 단백질 합성 속도를 계산의 기준으로 삼겠다.
또한 기존 분자를 분석하고, 필요하면 수리한 뒤, 원래 위치에서 원하는 위치로 옮겨야 한다. 기존의 항체는 특정 종류의 분자에 선택적으로 결합하여 이를 식별할 수 있으므로, 원리상 개별 분자를 알아보는 일이 가능하다. 분자 하나에 드는 시간을 추산할 때 합성 시간에 몇 배를 곱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원리상 이 정도면 생물학적 체계보다 빠르지 않은 방법으로도 선택한 분자를 완전히 분해하고 다시 조립할 시간이 될 것이다. 10배면 충분할 것이다. 분자를 원래 위치에서 복구된 구조의 올바른 위치로 옮기는 데 걸리는 총시간은 분해와 재조립에 걸리는 시간보다 짧아야 한다. 따라서 단백질 분자 하나를 분석하고 수리하고 이동하는 데 모두 100초가 걸린다고 가정하겠다.
수리 장치의 총 가동시간
다른 분자의 수리 시간도 단위 질량당 비슷하다고 가정하겠다. 지질 분자 하나의 질량은 약 500 amu로 단백질의 100분의 1이므로, 지질을 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단백질의 약 100분의 1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지질 분자 하나를 수리하는 시간은 1초로 잡는다. 물 분자는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보고 이번 분석에서는 제외한다.
우리는 분자 하나를 분석하고 합성하는 데 드는 시간이 그 분자의 현재 위치를 알아내고, 복구된 구조에서 차지해야 할 적절한 위치를 결정하며, 그 위치에 놓는 데 드는 시간보다 훨씬 길다고 가정했다. 이러한 가정은 타당해 보이지만, 복구 과정에서 분자에 접근하고 분자를 이동시키는 방법을 검토할 때 더 살펴볼 것이다.
이 분석은 분자의 대부분을 포함한다. 다른 종류의 분자 때문에 수리 시간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러한 가정에 따르면, 단백질 분자 1.2 × 1021개에 각각 100초, 지질 분자 2 × 1023개에 각각 1초가 필요하다. 합계는 3.2 × 1023 ‘수리 장치·초’다. 이 숫자는 뇌의 분자 수만큼 근본적인 수치는 아니다. 분자량 50,000 amu를 수리하는 데 100초가 걸린다는, 아마도 보수적인 가정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수리 속도가 더 빠르다면 장치 수를 줄이거나 작업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수리 장치는 얼마나 필요한가
이제 전체 복구에 허용할 시간을 정하면 병렬로 작동해야 할 수리 장치의 수를 계산할 수 있다. 전체 복구 목표 시간으로 거의 3년에 해당하는 108초를 다소 임의로 택하겠다.
총 복구 시간이 108초이고 필요한 가동시간이 3.2 × 1023 수리 장치·초라면, 뇌를 완전히 복구하는 데 수리 장치 3.2 × 1015개가 필요하다. 이는 3.2 × 1015 ÷ (6.02 × 1023)몰, 즉 5.3 × 10−9몰이며 수리 장치 5.3나노몰에 해당한다. 장치 하나의 질량이 109~1010 amu라면 모든 장치의 총무게는 53~530그램, 즉 몇 온스에서 1파운드를 조금 넘는 정도다.
따라서 수리 장치가 현재의 생물학적 방식보다 빠르게 작동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뇌의 모든 분자를 하나하나 수리하는 데 필요한 장치의 무게는 뇌 전체 질량의 약 4~40%다.
비교해 보자. 인체에는 약 1014개의 세포가 있고, 세포 하나에는 약 107개의 리보솜이 있으므로 리보솜은 모두 1021개다. 인체의 리보솜은 우리가 인간의 뇌를 복구하는 데 필요하다고 추산한 수리 장치보다 약 106배 많다.
이 추정치가 여러 자릿수만큼 틀려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수리 장치가 계산한 양의 1,000~10,000배인 530킬로그램 필요하다고 해도, 실현 가능성에 미치는 실제 영향은 작을 것이다. 장치 530킬로그램을 뇌의 부피 안에 모두 배치하는 복구 시나리오는 사용할 수 없겠지만, 다른 여러 복구 시나리오는 여전히 가능하다. 나노기술이 실현 가능하다면 수리 장치의 제조 비용은 낮을 것이다. 장치가 530킬로그램이나 되더라도 비용은 결국 수백 달러보다 훨씬 낮아질 것이다. 분자 수준의 복구 가능성은 여기 제시한 전망치에 큰 오차가 있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생존의 ‘정보이론적’ 기준
가장 단순한 ‘생존’ 기준은 기능이 유지되는가 하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심장 박동이나 호흡처럼 스스로 이루어지는 기능이 없는 사람을 ‘죽었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지나치게 단순하다. 심장과 폐가 멈춘 뒤에도 소생한 사람이 수천 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다음 기준은 구조가 유지되는가 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자동차의 전선 하나가 느슨해지면 차가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가 죽은 것은 아니다. 구조의 99.999%는 여전히 온전하며, 사소한 수리만으로 기능을 되찾는다. 사람에게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된다. 장기가 조금 손상되었을 뿐인데도 기능을 완전히 잃을 수 있지만, 손상 자체는 여전히 경미하여 비교적 쉽게 수리할 수 있다.
그래서 ‘정보이론적’ 기준에 이른다. 환자를 복원하고 치료하거나 수리하려면 어떤 분자가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그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거나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원리상 발전된 나노기술로 환자를 수리하고 되살릴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회의론자는 동결된 사람이 너무 심하게 훼손되어 필수적인 정보가 되돌릴 수 없게 사라졌으며, 따라서 희망도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이런 비관적인 주장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많은 생물학적 표본이 액체질소 온도에서 보관되었다가 가온된 뒤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대부분의 종류의 인체 조직, 인간 배아, 일부 완전한 곤충, 몇몇 작은 포유류 장기가 포함된다. 토끼의 뇌 조직 조각에서는 신경세포 네트워크의 협응된 전기적 활동이 관찰되기도 했다. 사례는 계속된다. 그렇다 해도 어떤 필수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지금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 문제든 거의 다른 어떤 문제든 절대적인 확실성은 아직 우리 손에 없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낙관할 이유는 충분하다.
우선 에너지 보존 법칙과 비슷한 ‘정보 보존 법칙’이 존재할 수도 있다. 정보는 국소적으로 사라지거나 생길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양자 얽힘’에 관한 최근의 생각은 이를 뒷받침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여기서는 지면이 부족하므로, 직소 퍼즐에 비유해 짧게만 설명하겠다.
흩어진 직소 퍼즐 조각을 맞추는 일은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쉽다. 결국 조각들이 맞아 들어가는 방식은 하나뿐이다. 조금 단순화하면 동결된 뇌도 거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원래의 구성을 회복하도록 원자와 분자가 맞아 들어가는 방식은 하나뿐이다. 물론 실제로는 대부분의 분자가 원래 어디에 있었는지 알아내거나 원래 자리로 돌려놓을 필요가 없다. 물 분자 하나가 여기 있든 저기 있든 상관없고, 신경교세포처럼 유지 관리를 맡는 세포들은 서로 대체 가능하기 때문이다. 퍼즐을 처음 맞추기 시작할 때는 조각마다 가능한 자리가 많아 보이지만, 작업이 진행될수록 선택지는 줄어들고 마침내 쉬워진다. 뇌 퍼즐은 3차원이므로 그럴듯하게 들어맞는 방식이 적어 오히려 더 쉬워진다.
암호학과 암호 해독, 즉 암호를 만들고 푸는 일을 생각해 보아도 낙관할 이유가 생긴다. 정보를 숨기는 일은 놀라울 정도로 어렵다. 전문가가 정보를 암호 속에 감추려고 최선을 다하고, ‘잡음’이나 무작위 데이터가 많이 섞여 있더라도, 다른 전문가가 암호를 풀어내는 일이 흔하다. 대자연은 어머니처럼 다정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악의적인 존재도 아니다. 단서를 일부러 숨기려 하지 않으며, 어쩌면 그럴 수도 없을 것이다.
또한 머클 박사는 나노기술 이론의 저명한 인물일 뿐 아니라 인정받는 암호학 전문가다. 극저온 보존 환자가 정보이론적 죽음에 이르지 않았다는 그의 견해는 그에 걸맞게 존중할 필요가 있다.
동결 과정에서 뇌의 구성 요소가 ‘무작위로’ 움직여 정보를 파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머클 박사의 또 다른 논점도 검토해야 한다. 양자 수준에서 그렇다고 여겨지는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 ‘무작위’ 운동이라는 것은 없다. 그래도 난류가 충분한 혼란을 만들어 비관할 이유가 된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머클은 이 문제를 명시적으로 검토하고 계산을 제시했으며, 동결 과정에서 난류는 거의 없거나 전혀 없다고 결론지었다. 관련 계산은 우리 웹사이트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정보를 되찾는 또 하나의 접근법
다음 제안은 기존 문헌에서 본 적이 없지만, 정보 복구에 도움이 되는 또 다른 도구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동결된 환자의 관찰 가능한 최종 손상 상태에서 거꾸로 추적하기보다, 여러 초기 조건과 처리 절차를 컴퓨터로 모의 실험해 보면 어떨까?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중간 결과와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그 결과들 사이의 연관성은 초기 상태를 강하게 시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처리 절차 A를 사용하고, 임상적으로 사망한 환자의 초기 상태를 A0라고 하자. 컴퓨터 모의 실험을 실행하면 이후 각 시점의 상태가 A1, A2, …로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이를테면 동결 상태 An에 이른다. A1, A2 등의 각 상태는 물론 해당 뇌의 핵심적이거나 고유한 특징을 모두 나타내는 방대한 숫자 집합일 것이다.
이제 실제 동결 환자의 상태가 An이라는 설명과 매우 잘 맞는다면, 그 환자의 초기 상태도 아마 A1에 가까웠으리라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다른 출처에서 얻은 추가 단서를 통해, 예를 들어 어떤 기억을 되찾아야 하는지에 관해 상당한 확신을 얻을 수도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 접근법에는 현재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양의 계산이 필요하다. 입력 자료를 얻기 위한 발전된 뇌 스캔 기술도 필요하다. 하지만 미래의 컴퓨팅 자원은 양자 컴퓨팅까지 포함하여 엄청나게 발전하리라는 전망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결된 환자는 기다릴 수 있다.
낙관론자와 비관론자에 관한 마지막 말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와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전문가 중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다른 조건이 같다면 승부는 뻔하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훨씬 유리하다.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문제를 살펴보고 비관적인 결론을 내린 뒤 돌아섰을 뿐이다. 드물게 실제로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포기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반면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그것을 해내고 싶어 하므로 계속 시도한다. 한 가지 방법이 실패하면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며 포기하지 않는다.
헨리 포드는 이렇게 말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둘 다 옳다.”
— R. C. W. 에팅거
